2026-07-26 21:07
오랜만에 와이프와 함께 영화관을 찾았다. 사실 요즘은 OTT로 웬만한 건 다 보게 되면서 극장에 나가는 일이 부쩍 줄었는데, 나홍진 감독 신작이라는 말에 이건 큰 화면으로 봐야 한다 싶었다. 곡성이나 추격자 같은 작품들을 극장에서 봤던 기억이 생생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둘의 반응이 완전히 갈렸다. 와이프는 영화가 끝나자마자 “다시는 안 봐”를 외쳤고, 나는 “뭔가 애매하다”는 느낌으로 극장을 나섰다.
영화 호프(HOPE)는 나홍진 감독이 무려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나홍진 감독은 추격자(2008), 황해(2010), 곡성(2016) 이후 오랜 공백 끝에 이번 작품을 발표했다. 장르는 서사 SF 액션 스릴러로, 황정민과 조인성, 정호연, 그리고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 등 국내외 톱배우들이 주연을 맡았다.
개봉일은 2026년 7월 15일이며, 러닝타임은 160분이다. 이미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경쟁 부문에 오르며 개봉 전부터 엄청난 기대를 받았고, 첫날 관객 33만 명 이상을 동원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줄거리는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비무장지대 근처의 호포항 출장소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로, 지원 인력이 모두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출장소장 범석과 경찰 성기가 마을 노인들을 지키기 위해 정체불명의 ‘놈’과 사투를 벌인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이 결국 우주적 규모의 비극으로 이어진다는 설정이다.
개봉 직후부터 관람객 반응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CGV 골든에그지수 81%, 메가박스 7.6점,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 7.12점을 기록했으며, 다음 네티즌 평점은 5.1점까지 내려간 상황이다.
흥행 속도는 올해 개봉작 중 가장 빠른 200만 돌파를 기록했지만, 정작 관람객 평점은 상반기 흥행작에 비해 낮은 편이다. 다양한 반응이 온라인에 쏟아지고 있는데, “호불호가 굉장히 갈릴 영화” “2시간 40분이…” 같은 내용이 대표적이다.
영상과 액션에 대한 호평과 대사·개연성·결말에 대한 아쉬움이 동시에 거론되는 전형적인 호불호형 작품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다. 개인적으로도 딱 그 느낌이었다.
솔직히 좋았던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먼저 액션 시퀀스다. 16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액션 장면만큼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크리처의 움직임과 이에 맞서는 인물들의 사투 장면은 국내 영화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아쉬운 지점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러닝타임이다. 160분, 즉 2시간 40분이라는 플레이타임은 내용의 밀도가 그것을 뒷받침해 주지 못할 때 관객을 지치게 만든다. 중후반부로 갈수록 “아, 아직도 남았나?”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했다.
함께 본 와이프의 반응은 훨씬 직접적이었다. “나홍진 감독 믿고 왔는데,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것이 요지였다. 특히 긴 러닝타임에 비해 이야기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고 떡밥만 잔뜩 뿌려놓고 끝나버리는 구조에 굉장한 불만을 표했다.
사실 와이프처럼 SF보다는 드라마, 로맨스, 심리 스릴러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이 영화가 꽤 힘들 수 있다. 감정선보다 스펙터클 위주로 전개되고, 세계관 설명도 불친절하기 때문이다. “2026년판 우뢰매 같다”고 표현하고 싶었는데, 정확히 그 맥락이다. 지극히 향토적이고 현실적인 한국 시골 마을(호포항)이라는 배경 속에서 갑자기 거대한 외계 크리처와 SF 요소가 도드라지면서 주는 비주얼적 이질감이 묘하게 어릴 적 보던 고전 특촬물(우뢰매)을 떠올리게 했다. 최첨단 자본과 뛰어난 CG 기술력으로 빚어낸 미친 스케일이지만, 나홍진표 묵직한 스릴러를 기대했던 관객에게 정작 다가오는 정서는 B급 SF 특촬물 특유의 황당함과 생소함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근사한 비주얼과 스케일이지만 이야기가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 그리고 “이게 진짜 끝이야?” 하고 실망스럽게 나오게 되는 결말.
| 평가 항목 | 남편(나) 평점 & 소감 | 와이프 평점 & 소감 |
|---|---|---|
| 체감 평점 | ⭐⭐⭐☆☆ (3.0 / 5.0) | ⭐★☆☆☆ (1.5 / 5.0) |
| 최대 장점 | 160분 꽉 채운 액션 & 탁월한 영상미 | 황정민과 배우진의 연기력 |
| 최대 단점 | 떡밥 미회수로 인한 아쉬운 결말 | 2026년판 우뢰매 같은 외계인 이질감 |
| 재관람 의사 | OTT 나오면 속편 전 복습 정도 | “다시는 안 본다” (극불호) |
그렇다고 이 영화가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분명히 ‘찐 타깃 관객’이 존재하는 영화다. 아래 조건에 해당한다면 오히려 강추다.
[!TIP] 🎬 관람 전 필수 꿀팁 & 쿠키 영상 정보
- 쿠키 영상: 주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직후 1개의 쿠키 영상이 나옵니다. 후속편 떡밥을 강하게 던지므로 자리를 일찍 뜨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러닝타임: 160분(2시간 40분)으로 상영 시간이 길기 때문에, 입장 전 음료 섭취 조절과 화장실 방문은 필수입니다!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볼거리는 확실하지만 이야기가 아쉬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영화.”
흥행 성적 자체는 개봉 5일 만에 200만 돌파라는 기록을 세울 정도로 강하다. 하지만 관람객들의 평가는 “압도적인 장점과 뚜렷한 단점이 동시에 거론되는 전형적인 호불호형 작품”이라는 분석이 정확하다.
나 개인적으로는 10점 만점에 5~6점 정도를 주고 싶다. 기대치가 워낙 높았던 것도 있고, 러닝타임 대비 이야기의 밀도가 아쉬웠다. 그래도 액션과 영상미만큼은 분명히 극장에서 봐야 제 값을 하는 작품이다. OTT로 보기엔 좀 아깝고, 극장 대형 화면의 임팩트가 필요한 영화다.
와이프와 함께 오랜만에 극장을 찾았는데, 나오면서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인 것도 나름의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이 글을 읽고 “나는 딱 SF 좋아하고 액션 좋아한다”는 분들은 꼭 극장에서 보시길. 반대로 “이야기가 명확하게 마무리되어야 속이 풀린다”는 분이라면, 와이프처럼 극불호로 나올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