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09 10:45(업데이트: 2026-08-09 11:19)
법인 계좌를 개설하거나 고액의 금융거래를 처리해본 금융회사 담당자라면 한 번쯤 이런 고민에 빠진 적 있을 겁니다. “이 법인, 위험등급을 어떻게 매겨야 하지?”, “비영리단체는 어떤 서류를 받아야 하지?”, “실제소유자가 또 다른 법인이면 어디까지 파야 하는 거야?” 특금법 체계 아래 법인고객은 개인고객보다 훨씬 복잡한 확인 절차를 요구합니다. 이 글에서는 법인고객 위험평가 모델, 법인 유형별 신원확인 및 검증, 실제소유자(UBO) 확인 3단계 절차를 실무 관점에서 완벽하게 풀어드립니다.
개인고객과 달리 법인은 여러 사람의 의사와 자금이 얽혀 있는 복합적 실체입니다. 법인 명의 뒤에 실제로 누가 이익을 취하는지, 어떤 목적으로 설립됐는지를 파악하지 않으면 자금세탁 통로로 악용될 위험이 높습니다. 특히 다단계 지배구조를 가진 법인이나 실명이 불분명한 비영리단체, 정보 접근이 어려운 외국단체는 자금세탁방지(AML) 체계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됩니다.
2026년 현재 금융정보분석원(KoFIU)은 제도이행평가에서 법인 지배구조 파악과 실제소유자 확인 업무의 실질적 이행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습니다. “했다”는 기록만으로는 부족하고, “왜 이 방식으로 확인했는지”까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시대입니다.
자금세탁방지 위험평가의 핵심은 위험기반 접근법(Risk-Based Approach, RBA)입니다.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확인 절차를 적용하는 규정기반 방식은 위험이 낮은 거래에 과도한 자원을 쓰면서도 정작 고위험 거래를 놓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RBA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위험 수준에 따라 확인 강도를 차별화하는 방식입니다.
법인고객 위험평가는 크게 두 단계로 구성됩니다.
법인고객의 위험을 평가할 때 고려해야 할 주요 요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위험등급 | 고객확인 수준 | 주요 해당 유형 |
|---|---|---|
| 저위험 | 간소화 확인(SDD) | 상장법인, 공공기관, 투명성 확보된 법인 |
| 일반위험 | 표준 확인(CDD) | 일반 영리법인, 요건 충족 비영리단체 |
| 고위험 | 강화 확인(EDD) | 외국법인, 복잡한 지배구조, PEP 관련 법인 |
저위험 면제 조건: 국가·지자체·공공단체·금융회사 및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상장법인은 실제소유자 확인 의무가 면제될 수 있습니다. 단, 금융회사가 해당 요건 충족 여부를 직접 판단하고 근거를 기록해야 합니다.
법인 유형에 관계없이 모든 법인고객에게 공통으로 확인해야 하는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영리법인은 이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가장 일반적인 법인 형태입니다. 공통 항목 외에 업종과 회사 연락처를 추가로 확인합니다.
영리법인은 업종에 따라 위험도가 달라집니다. 현금거래 비중이 높거나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업종은 추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비영리법인은 영리 목적이 없는 대신 설립목적이 핵심 확인 항목입니다. 종교단체, 학술단체, 시민단체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비영리법인은 자금 출처와 사용처의 투명성 확보가 핵심입니다. FATF는 비영리법인을 테러자금 조달의 취약 경로로 지목하여 특별 관리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외국단체는 국내에 설립되지 않은 법인·단체로, 국내 정보 접근이 제한적이어서 가장 높은 수준의 확인이 요구됩니다.
외국단체는 영리·비영리·기타 단체 구분에 따라 해당하는 신원확인 항목에 국적 및 국내 연락처를 추가한 형태로 확인합니다.
조합, 협동조합, 공제조합 등 민법·상법 외의 법령에 따라 설립된 단체가 해당합니다. 설립 근거 법령에 따라 확인 항목과 서류가 달라지므로, 각 단체의 성격에 맞는 서류를 기준으로 확인 절차를 설계해야 합니다.
실제소유자(Beneficial Owner, UBO)란 법인·단체를 실질적으로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자연인을 말합니다. 법인 명의 뒤에 숨어 금융거래의 이익을 실질적으로 취득하는 자를 파악하는 것이 UBO 확인의 핵심 목적입니다. 특금법 시행령 제10조의5는 법인·단체 고객의 실제소유자 확인 절차를 반드시 정해진 순서에 따라 이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인 고객의 실제소유자는 아래 3단계 순서를 반드시 순차적으로 적용해야 합니다. 앞 단계에서 확인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법인 고객의 주주 중 25% 이상의 지분증권을 소유한 개인을 실제소유자로 확인합니다. 이 단계에서 해당자가 확인되면 절차가 종료됩니다.
1단계에서 25% 이상 소유 개인이 없는 경우, 다음 중 하나를 선택하여 실제소유자를 확인합니다.
2단계에서 확인된 최대주주가 또 다른 법인인 경우, 해당 타 법인의 개인 최대주주를 실제소유자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최종적으로 지배하는 자연인을 추적하는 것이 원칙이며, 복잡한 지배구조를 끝까지 파악해야 합니다.
1·2단계 모두에서 실제소유자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법인 또는 단체의 대표자를 실제소유자로 갈음하여 확인합니다.
현실에서는 법인의 최대주주가 또 다른 법인이고, 그 법인의 주주도 또 다른 법인인 다단계 구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최종적으로 지배하는 자연인이 나올 때까지 구조를 추적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모든 법인이 UBO 확인 대상은 아닙니다. 다음에 해당하는 경우 확인 의무가 면제될 수 있습니다.
단, 면제 여부는 금융회사가 직접 판단하고 그 근거를 기록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아래는 모두 실제 보도·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사건입니다. 각 사례에서 UBO 3단계 절차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금융거래 단계에서 이상 신호를 포착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금융위원회·FIU는 2022년 9월 가상자산사업자 B사를 대상으로 자금세탁방지 위법 사항을 공개했습니다. 법인 고객의 실제소유자를 확인하면서, 60%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 甲이 아니라 40% 지분의 2대 주주이자 대표자인 乙을 실제소유자로 잘못 지정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甲이 자금세탁 요주의 인물인지 여부를 전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관세청 서울세관은 2023년 6월 차량용 내비게이션 터치패널 수입업체 대표 K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K씨는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중국인 명의를 차명으로 세워, 해당 법인이 중계무역을 하는 것처럼 꾸며 법인 자금 약 50억 원을 위장 송금·은닉했습니다. 그는 외국환거래법상 해외직접투자 신고를 하지 않고, 실사무소와 직원이 없는 유령법인을 마치 운영 중인 회사처럼 꾸미기 위해 홍콩 세무당국에 세무신고까지 했습니다.
2023년 5월 관세청 부산본부세관은 무역업체 A사 대표 B씨를 관세법 및 범죄수익은닉의 규제·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B씨는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유럽 약 포장지 수출을 중계무역으로 가장하고, 수출가격을 저가 신고한 뒤 실제 수출대금과의 차액을 홍콩으로 유출했습니다. 이렇게 빼돌린 25억 원은 가족·지인 명의 차명계좌 40여 개를 통해 소액으로 분산 국내 반입해 세탁됐고, 일부는 부동산 매입에 쓰였습니다.
2022년 1월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은 국내 가전업체 대표가 자녀 명의로 홍콩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임가공 이익 약 4,000만 달러(약 450억 원)를 해외로 유출하고, 실제 가치 220억 원 상당의 해외 공장을 지인 명의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에 5억 원에 헐값 매각해 자녀에게 경영권을 불법 승계하려 한 혐의를 적발했습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과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대표 등 3명이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2025년 3월 국세청은 한 공익법인 이사장이 법인 신용카드로 수십억 원어치 상품권을 구입한 뒤 할인 판매해 현금화하고 개인 계좌로 송금한 사실을 적발했습니다. 기부받은 임야를 공익 목적 없이 3년 이상 방치한 사실도 함께 확인됐으며, 국세청은 공익법인 324곳을 적발해 총 250억 원을 추징했습니다. 이 수법은 이후 신설 영리법인의 한도 없는 법인체크카드를 악용하는 자금세탁 수법으로도 번졌습니다.
싱가포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세탁 사건(S$3 billion, 약 3조 원)에 연루된 한 기업서비스 회사 대표 Wang Junjie는 10개 외국인 피의자들이 지배한 페이퍼컴퍼니들의 재무제표를 허위 작성해 싱가포르 국세청(IRAS)에 허위 세무신고를 도운 혐의로 2026년 7월 32주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관련 법인 중 하나인 Yihao Cyber Technologies는 피의자 Su Haijin와 연결된 법인으로 확인됐으며, 10명의 외국인이 실질적으로 지배한 수십 개 법인이 명목 대표자를 내세워 싱가포르 내 부동산·금융 계좌를 운용했습니다.
스위스 연방형사법원은 2026년 7월 제네바의 사립은행 롬바르 오디에(Lombard Odier)에 300만 스위스프랑(약 45억 원)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은행 소속 관계 담당자 C.는 우즈베키스탄 자금세탁 네트워크 고객의 계좌에 허위 실제소유자(Fabricated Beneficial Owner)를 등록하고, 실체 없는 페이퍼컴퍼니를 마치 독립적인 운영 법인인 것처럼 꾸민 혐의로 2년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습니다. 해당 담당자는 약 1억 4,000만 달러(약 1,900억 원) 규모를 관리했습니다.
출처: Yahoo Finance / Swiss Federal Criminal Court
미국 법무부(DOJ)는 2026년 5월 뉴욕의 사업가 Elnar Zarbailov(42세, 미국·아제르바이잔 이중국적자)에게 37개월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그는 불법 체류자 다수를 명목 소유자(Nominee Owner)로 세운 허위 의료기기(DME) 법인들을 통해 역사상 최대 규모의 헬스케어 사기 사건인 ‘오퍼레이션 골드러시’에서 나온 약 150만 달러(약 20억 원)의 범죄수익을 국내외 복수 은행을 통해 세탁했습니다. 해당 법인들은 실제 운영 실체 없이 허위 법인등록 서류와 허위 매매 서류만으로 금융 계좌를 개설했습니다.
FATF와 호주범죄연구소(AIC) 보고서에는 비영리단체가 테러자금 조달에 직접 악용된 복수의 실제 사례가 기록돼 있습니다.
호주 자선단체 계좌 세탁 사건: 1990~1997년 호주의 Nachum Goldberg 일가는 ‘United Charity’라는 실체 없는 자선단체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 약 4,800만 호주달러를 이스라엘로 세탁·이전했습니다. 해당 단체는 자선단체나 법인으로 등록된 사실이 없는 허위 실체였습니다.
캐나다 자선단체 테러자금 이전 사건: 한 자선단체가 5년간 해외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의 프론트로 활동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해외 자선단체에 다수의 전자자금이체를 실행한 것으로 수사기관이 확인했습니다.
CDD 실무 교훈: 비영리법인의 해외 단체 자금이전 패턴, 설립목적과 무관한 수취인, 불특정 다수 기부자로부터의 대량 현금 수취는 EDD 전환 요건입니다. FATF는 “비영리단체 전체를 고위험으로 취급하지 말고, 위험기반 접근으로 실질 위험을 평가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출처: AIC(Australian Institute of Criminology)
실무에서 법인 고객 확인 절차를 진행하다 보면 아래와 같은 실수가 반복됩니다.
2026년 KoFIU의 AML 감독 방향은 “설명 가능한 관리”로 요약됩니다. 법인 고객에 대한 위험평가 결과가 실제 고객 관리와 거래 모니터링으로 연결되고 있는지가 핵심 평가 기준입니다.
특히 테러자금금지법 개정(2026년 1월 시행)으로 법인 고객 관리 의무가 한층 강화됐습니다. 테러 관련자가 직·간접적으로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법인까지 금융거래 제한 대상에 포함되었기 때문에, 실제소유자 확인 후 해당 자연인에 대한 워치리스트 필터링(WLF)을 병행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 방안입니다.
제도이행평가에서는 AML 책임자의 전문자격 보유 여부가 공식 가점 요소로 반영됩니다. 법인고객 CDD 업무 담당자가 이 글에서 다룬 위험평가 모델과 신원확인·실제소유자 확인 절차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 구분 | 추가 확인 항목 | 대표 검증 서류 |
|---|---|---|
| 영리법인 | 업종, 연락처 | 사업자등록증, 법인등기부등본 |
| 비영리법인 | 설립목적, (EDD 시) 기부자·수혜자 | 정관, 설립인허가증, 비영리민간단체등록증 |
| 외국단체 | 국적, 국내 실제 사업장 소재지 | 현지 법인등록증, 공적 서류, 기업정보 DB |
법인고객 위험평가와 신원확인·실제소유자 확인은 자금세탁방지 체계의 핵심 기둥입니다. 위험평가 모델의 구조를 이해하고, 법인 유형에 따른 확인 항목을 정확히 적용하며, UBO 3단계 절차를 순서대로 이행하는 것 — 이 세 가지가 실무에서 법인 CDD를 올바르게 수행하는 출발점입니다. 2026년의 감독 환경은 형식적 준수보다 실질적 관리와 설명 책임을 요구합니다. 지금 바로 자기 기관의 법인 확인 절차를 점검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