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09 21:55
자금세탁방지(AML) 업무에서 가장 빈번하게 질문받는 영역 중 하나가 바로 강화된 고객확인(EDD, Enhanced Due Diligence)입니다. 언제 적용해야 하는지,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위반 시 제재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 실무자라면 한 번쯤 명확히 정리하고 싶었을 주제입니다.

EDD는 고객별·상품별 자금세탁 위험도를 분류하여 위험이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 기본 고객확인(CDD)에 더해 금융거래 목적과 자금의 원천까지 추가 확인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2008년 12월 22일부터 EDD를 시행하고 있으며, 위반 시 EDD 의무 위반은 최대 1억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CDD 위반은 3천만 원).
| 구분 | CDD (일반 고객확인) | EDD (강화된 고객확인) |
|---|---|---|
| 적용 대상 | 모든 고객 | 고위험 고객·거래 |
| 확인 항목 | 신원, 실소유자 | CDD + 자금 출처, 거래 목적 |
| 모니터링 | 정기적 | 강화된 지속 모니터링 |
| 위반 과태료 | 3천만 원 이하 | 1억 원 이하 |
고액자산가(HNW, High Net Worth)는 복잡한 자산 구조, 다양한 투자 채널, 법인·신탁·페이퍼컴퍼니 등 중간 단계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자금 출처와 실소유자(Beneficial Owner) 파악이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실제 범죄 수익을 정상적인 자산으로 세탁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형성됩니다.
EU는 2025~2026년 단일규정집(Single Rulebook)에서 총자산 500만 유로 이상의 고객에 대해 맞춤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별도 EDD 기준을 명시하는 등 고액자산가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국내 금융회사도 위험기반접근법(RBA)에 따라 자체적인 고액자산가 기준을 수립하고 아래 절차를 운용해야 합니다.
PEP(Politically Exposed Person, 정치적 주요인물)는 공직을 맡고 있거나 맡은 적 있는 개인, 그리고 그 가족 및 측근(Close Associates)까지 포함합니다. FATF 국제기준과 국내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체계에서 PEP는 직권 남용, 부패, 뇌물 등에 연루될 위험이 높다고 보아 별도 관리 대상으로 분류합니다.
| 유형 | 예시 | 적용 강도 |
|---|---|---|
| 외국 PEP | 외국 정부 고위직, 국제기구 임원 | 의무적 EDD |
| 국내 PEP | 국내 고위공직자, 공공기관 임원 | 위험기반 EDD |
| PEP 가족·측근 | 배우자, 직계가족, 긴밀한 사업 관계자 | 동일 기준 적용 |
2012년 FATF 권고사항 개정 이후 국내 PEP에 대해서도 위험기반 접근법에 따른 EDD 적용이 요구됩니다. 이전에는 외국 PEP에만 강제 적용하던 것을 국내로 확대한 것입니다.
실무에서 흔히 발생하는 오류는 PEP 지위가 해제된 직후 관리를 즉각 중단하는 것입니다. 공직 중 형성된 부정 자산이 퇴임 후에 세탁되는 사례가 많아, FATF는 일정 기간 동안 계속된 주의를 권고합니다.
환거래계약(Correspondent Banking)은 은행(환거래은행)이 금융상품 및 서비스를 국외의 은행(환거래요청은행)의 요청에 의해 제공하는 관계를 수립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A국의 은행이 B국의 은행을 대신하여 해당 국가의 고객에게 국제 결제·환전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입니다.
환거래계약이 자금세탁에 특히 취약한 이유는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됩니다.
FATF는 자금세탁방지 체계가 미흡한 국가를 두 단계로 공개합니다. 2026년 6월 19일 파리 총회 기준 최신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 구분 | 정식 명칭 | 국가 (2026.06 기준) | 금융기관 대응 의무 |
|---|---|---|---|
| 블랙리스트 | High-Risk Jurisdictions Subject to a Call for Action | 북한(DPRK), 이란, 미얀마 | 반대조치(Counter-measures) 포함 최강 수준 EDD |
| 그레이리스트 | Jurisdictions Under Increased Monitoring | 22개국 (이라크·보스니아 신규 추가) | 강화된 EDD 적용 |
이는 일반적인 ML 위험을 넘어선 테러·확산금융 차단의 영역입니다. 한국은 「공중 등 협박목적 및 대량살상무기확산을 위한 자금조달행위의 금지에 관한 법률(공테법)」로 이를 이행하고 있습니다.
2026년 FIU는 가상자산 분야에도 EDD 적용을 대폭 강화하여, 국내 거래소와 해외 거래소·개인지갑 간 거래에 대해 강화된 고객확인, 거래금액 제한, 의심거래보고(STR) 의무를 추가하는 업무수행계획을 발표했습니다.
EDD 의무를 소홀히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따르는지, 실제 제재 사례를 통해 확인해보겠습니다. 이론이 아닌 현실의 벌금과 제재가 AML 내부통제의 무게를 실감하게 해줍니다.
FIU는 2026년 3월 23일 수협은행에 과태료 10억 원을 부과했습니다. 수협은행은 2021년 4월~8월 사이 EDD 대상 고객 86명의 계좌를 신규 개설하면서 주소를 합당한 주의로 확인하지 않은 것이 적발됐습니다. EDD 대상 고객임을 인식하면서도 핵심 확인 항목인 주소 검증 절차를 형식적으로 처리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습니다.
강원랜드는 2023년 4월 고위험 고객에 대한 EDD 및 CDD 위반, 자료보존의무 위반, 검사방해 등이 복합적으로 적발되어 과태료 32억 2,800만 원을 부과받았습니다. 카지노 특성상 고액현금 거래가 일상적임에도 고위험 고객에 대한 강화된 확인 절차가 미비했던 점이 핵심 위반이었습니다. 이후 2026년 3월에도 KYC 자료 관리 위반으로 추가 과태료 6억 원과 보고책임자 문책성 경고 처분을 받았습니다.
현대카드는 2021년 1월~2023년 5월 사이 FATF 지정 위험국가 고객 12건과 자금세탁 고위험군 고객 2건에 대해 신용카드를 발급하면서 거래 목적과 자금 원천 확인을 전혀 하지 않아 과태료 2억 3,000만 원 처분을 받았습니다. 위험국가 고객이라는 사실을 시스템에서 식별했음에도 EDD 절차로 연계되지 않은 내부통제 공백이 원인이었습니다.
금융위원회 산하 FIU는 2025년 7월 31일 부산은행에 과태료 9억 2,850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부산은행은 2020년 8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약 4년간 EDD 대상 30명에 대해 거래 목적과 자금 원천 확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외국인 고객 계좌 개설 6건에서 신원확인 절차도 누락했습니다.
2025년 10월 FIU는 4개 금융회사에 총 20억 원이 넘는 과태료를 한꺼번에 부과했습니다. 특히 농협은행은 전직 직원이 고객 내점 없이 보관 중인 신분증 사본을 재사용하거나 고객확인서를 첨부하지 않는 등 EDD·CDD 위반 총 56건이 적발됐고, 하나증권은 구축 후 4년간 한 번도 검증하지 않은 고객위험평가시스템의 설계 오류로 고위험 고객이 저위험으로 분류되는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프랑스 최대 은행 BNP Paribas는 이란·수단·쿠바 등 미국 제재대상국 기업과의 달러 환거래를 10년 이상 지속하고, 이를 미국 감독당국에 은폐한 혐의로 2014년 6월 미국 법무부 및 뉴욕 금융감독청(NYDFS)으로부터 89억 7,000만 달러(약 12조 원)의 천문학적 벌금과 함께 5년간 미국 내 외환거래 금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환거래 채널을 통한 제재 회피와 EDD 미이행이 동시에 적발된 역대 최대 규모 AML 제재 사례입니다.
독일 2위 은행 Commerzbank는 BNP Paribas 사건 직후인 2015년 3월, 동일하게 이란·미얀마 등 미국 제재대상국과의 달러 결제 거래를 지속한 혐의로 NYDFS 등으로부터 14억 5,000만 달러(약 1조 7,000억 원)의 벌금을 부과받았습니다. 환거래 채널에서 EDD 및 제재 스크리닝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전형적인 내부통제 실패 사례입니다.
위 사례들을 관통하는 핵심 실패 패턴은 놀랍도록 일치합니다.
FIU는 2026년부터 단순 CTR·STR 보고 누락 점검을 넘어, EDD 절차의 실질적 이행 여부와 위험평가시스템의 검증 주기까지 감독 범위를 확대하는 기조를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제재 금액도 과거 수천만 원 수준에서 수억 원 이상으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 고위험 유형 | 핵심 ML 리스크 | 주요 EDD 조치 | 법적 근거 |
|---|---|---|---|
| 고액자산가 | 복잡한 자산구조, BO 은폐 | 자금·재산 출처 확인, BO 정밀 파악 | 특금법·업무규정 |
| PEP (정치적 주요인물) | 부패·뇌물 수익 세탁 | 고위 관리자 승인, 강화 모니터링 | FATF R.12, 특금법 |
| 환거래계약 | 간접 고객, 위장은행 채널 | 요청은행 실사, 위장은행 거래 금지 | 업무규정 제57~58조 |
| FATF 위험국가·공테 | 테러·확산금융, 제재 회피 | 반대조치, TFS 스크리닝, 거래 제한 | 공테법, 업무규정 제70조 |
EDD를 일상 업무에 녹이기 위해 아래 체크리스트를 활용해보세요.
AML 강화된 주의의무는 단순히 컴플라이언스 서류 작업이 아닙니다. 금융회사가 범죄 수익의 세탁 통로가 되지 않도록 지키는 마지막 방어선입니다. 고위험 유형별 리스크를 명확히 이해하고, 체계적인 EDD 절차를 일상 업무로 정착시키는 것이 AML 내부통제의 핵심입니다.